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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cking

소프트웨어 2차 대전

iolo 2007. 9. 20. 03:11
90년대 중반 "소프트웨어 1차 대전"이라고 불릴만한 일련의 사건들이 있었다.
패키지 소프트웨어를 주름잡던 수많은 제품들이 시장에서 사라져 버린 것이다.

기억을 더듬어 보자...

킬러 어플리케이션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비지캘크, 워드스타, dBASE(애시톤테이트)로 시작한 PC용 오피스 소프트웨어들은, 이후 멀티플랜(MS), 워드퍼팩트, 하버드그래픽스, 1-2-3(로터스), 쿼트로(볼랜드; 터보C,델파이,투게더로 유명한 그 회사)등으로 이어지면서 춘추 전국 시대를 구가했다. Apple Works(요즘 애플에서 맥용으로 판매하고 있는 iWork와는 이름이나 개념말고는 기술적으로 별 상관없는)나 로터스의 심포니같은 통합 소프트웨어(그 당시엔 오피스 스위트(Office Suite)라는 말 대신 통합 소프트웨어라고 불렀다)도 제품들도 여럿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8비트(AppleII) 시대(80년대 초)에 전설적인 소프트웨어 한글III를 시작으로 중앙한글, 스마트워드 등이 있었고, 이후 팔란티어(금성소프트웨어), 보석글(삼보)등의 외국산 워드프로세서를 한글화 한 제품들과 텔레비디오워드 등이 (번들용으로) 16비트(IBM PC/XT) 시대(80년대후반) 시대를 열었다. 이후 하나워드(금성소프트웨어), 보석글V(삼보)등의 텍스트 모드 워드프로세서를 거쳐, 지금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아래아한글(한글과컴퓨터)이 나오면서 한글 워드프로세서의 르네상스를 구가했다. 지금 이름을 기억하는 것만 적어도 한글2000, 사임당, 쪽박사(이상 한컴퓨터연구소), 백상(만든 분이 다니던 대학교의 상징이 흰 코끼리라서 이름을 이렇게 지었다고 기억하는데 정확하지 않다), 21세기워드(EST; 알집의 그 EST?), 파피루스(한메소프트), 아리랑(핸디소프트), ... (어쩜 저리도 한결같이 촌스런 이름이라니...-,.-;;;) 워드프로세서 뿐 아니라 문방사우(휴먼), 틀마름이(한컴퓨터연구소) 등의 DTP 소프트웨어, 자료관리(제품명이 자료관리인데-,.-;;;, MS의 Access류의 소프트웨어) 같은 특이한 넘까지.. 아무튼 굉장한(!) 시기였다.

이런 많은 소프트웨어들이 (실제로는 꽤 긴 시간에 걸쳐 사라졌겠지만, 지금 느낌으로는 빙하기의 공룡처럼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그 "빙하기"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3.1과 오피스의 등장이었다. 로터스 1-2-3이나 워드퍼팩 같은 당시의 시장 1위 제품은 도스 기반이었고, 굳이 윈도로 포팅할 이유가 없었다. 윈도3.1은 도스의 사용자층을 그대로 흡수했고, 신속하게 윈도로 포팅된 MS 오피스는 윈도에서 가장 잘 굴러가는(거의 유일한?) 소프트웨어였다. 엑셀 때문에 윈도가 팔린다고 했을 정도였으니까 서로 돕고 돕는 관계였다고 해야하나... 워드페펙과 로터스 1-2-3이 윈도로 포팅되었을 때는 이미 상황이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얼음이 모든 PC를 덮어버렸다. 윈도95/NT/98/Me/2000/XP에 이르기까지 빙하기는 끝이 보이지 않았고... 뭐 아무튼...

빙하기는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지만, 시나브로 얼음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인터넷의 폭발적인 성장(윈도95가 나올때 까지도 MS는 MSN으로 세상을 정복하기 위해 인공위성을 띄우고 있었다)과 리눅스(LAMP가 없었어도 IIS와 ASP가 공짜일까?)의 약진으로 처음 생기기 시작한 균열은 구글의 엄청난 물량공세에 힘입어 눈에 띄게 벌어지고 있다.

파이어폭스가 IE와의 국지전을 승리로 이끌면서 몇 년동안 거들떠 보지도 않던 IE를 급하게 업그레이드하게 만들었고, 이클립스는 또 다른 한 쪽에서 비주얼스튜디오를 궁지로 몰아 넣어 비주얼스튜디오를 공짜로 뿌리게 만들었고, MySQL은 SQLServer를, 플래시는 액티브X를, 리눅스와 아파치와 자바는 윈도 개발 플랫폼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 그래도 문제 없었다. 어차피 돈은 윈도와 MS오피스가 벌어주니까... 그런데...

구글닥스(http://docs.google.com)가 등장하면서 상황이 묘하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훨씬 전부터 존재했지만 존재감도 없었던  오픈오피스(http://www.openoffice.org), 씽크프리 오피스(http://www.thinkfree.com)같은 소프트웨어들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하더니, 애플은 iWork(http://www.apple.com/iwork/)를 통해서 어금니를 드러내고 있다. 무대응으로 일관하던 MS는 (그런게 있는 줄도 몰랐다는) Works(http://www.microsoft.com/products/works/)를 공짜로 풀면서 당황한 기색을 드러내고, 사람들은 오피스가 절대 깰 수 없는 얼음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아시아 변방의 작은 나라 대한민국의 엔드유저 포털인 네이버에서 오피스를 서비스로 제공(http://office.naver.com)하기 시작했고,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일본, 호주 등에서도 해당 국가의 포탈들이 유사한 서비스를 오픈한다는 소식도 들린다. 그리고 마침내 IBM을 등에 업고 로터스(http://symphony.lotus.com/)가 돌아왔다! 지금은 MS에 있는 레이 오지의 표정이 궁금하다^^;

어쩌면 "소프트웨어 2차 대전"의 막이 오르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이번엔 누가 승자가 될까?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무엇을 해야 할까?
아니면, 혼자만의 착각? 혹은 망상?
기회는 자주 오는게 아니다. 어쩌면 내 인생의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가 온 것일지도...

잠 못 드는 밤 비는 내리고...

* zdnet에 이런 글이 올라왔네: http://www.zdnet.co.kr/news/enterprise/dev/0,39031103,39161631,00.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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