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life/movie

오후 5시

iolo 2008. 7. 6. 19:32
At Five In The Afternoon (Panj É Asr; À Cinq Heures De L'Après-Midi; 오후 5시, 2003)

  • 감독: 사미라 마흐말바프
  • 주연: Agheleh Rezaie, Abdolgani Yousefrazi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영화인 집안으로 유명한 이란 감독 모흐센 마흐말바프의 딸 사미라 마흐말바프의 영화.

이래 저래 재주도 많고, 그 만큼이나 상 복도 많은 집안이다.

미국의 작전은 대충 성공인 듯 하다. 카불의 여인들은 더 이상 부르카로 얼굴을 가리지 않는다. 더 이상 걸음걸이를 조심하지도 않는다. 그들은 얼굴을 드러내고, 하이힐을 신고, 양산을 쓰고 학교에 다닌다. 이제 얼마후면 선교사들이 들어와서, 교육기관을 세우겠지. 그곳에서 똑똑한 아이들은 미국에서 공부를 하고, 박사가 되어 고국으로 돌아가겠지. 그들은 아프카니스탄의 새 지도자가 되는 거야. 미국의 손과 발을 대신하는 허수아비지.

영화의 주인공 '노크레'는 하이힐을 신고, 벗고, 걷어차면서... 그 조작된 역사의 한 가운데를 걸어간다. 불길 속에 타오르는 마차의 수레바퀴처럼 진실된 역사는 사막을 밝히지도 못한 채... 아기의 식어버린 육체를 데우지도 못한채 한 줌 재가 된다.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

죽은 자식을 품에 안고도 남편과 시아버지만을 찾는 '레이로마'는 기존의 이슬람 여성상이라면, 부르카를 열고 대통령을 꿈꾸는 '노크레'는 감독이 생각하는 새로운 이슬람 여성상일까? 그러기엔 '노크레'에겐 갈 길이 너무나 멀다. 감독도 그 사실을 알고 있고... 그것이 너무나 슬프다.

이슬람은 청년 지식인은 미래에 대한 절망을 노래하고...

오후 5시

정각 오후 5시였다
나머진 다 죽고
죽음 만이
강물처럼 우는 법을 배우고 싶다.
부드러운 구름에 실려
깊은 강물을 따라
죽은 소를 데려 가라
그 후로 영원히 잠들어서
집에 있는 무화과 나무도,
말도, 개미도,소도
알지 못한다네
아! 끔직한 오후 5시
모든 시계는 5시를 가르키고 있었다
그 때가 오후의 해질녘 5시였다.
오후의 해질녘 5시


이슬람의 노인은 지나간 시대의 회한을 노래하고...

노새야, 네게
비밀을 털어놓으마
내맘속에 뭐가 있는지 아는냐?
며느리가 아들의
죽음을 알게될까봐,
애비 없는 자식으로 될
아기를 볼때면
한숨을 쉴수가 없구나
노새 너는 이해하지 못할께다
너는 풀이나 보리를
뜯어먹기나 하지
노새 네짝이 죽었을때
한숨이 나오더냐?
네가 어찌 한숨을 쉬겠느냐?
걱정마라!
한숨 쉰다는게
힘들지 않지
하지만 한숨쉬는게 얼마나 힘드냐!
너는 네짝의 죽음을
듣거나 네가 직접 알아보았겠지?

그리고, 칸다하르로 가는 사막의 하늘엔 미군의 헬기들이 난다.

오후 5시... 해가 지는 시각... 내일은 또 내일의 태양이 뜨겠지만... 당장 눈 앞에 이 긴긴 밤을 어쩌란 말인가...

남의 얘기같지 않은 남의 얘기... 공감하기 쉽지 않지만... 공감하고 싶지 않지만... 공감하고 나면...

우리는 새벽 몇 시 쯤일까?

(서버 호스팅을 정리하기 위해 개인 위키에 있던 페이지를 옮김)

'life > movie' 카테고리의 다른 글

Being John Malkovich(존 말코비치 되기, 1999)  (0) 2008.07.11
Bandits (밴디트, 1997)  (0) 2008.07.11
친니친니  (0) 2008.07.05
내 어머니의 모든 것  (0) 2008.07.05
취한 말들을 위한 시간  (0) 2008.06.29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   2024/03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