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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록 메신저의 작은 창을 통해서 였지만, 오랜 친구와 오랜 만에 오래도록 얘기를 나눴다.
10년을 넘게 동고동락하다가, 웃지못할 일로 등 돌리고 살다가, 몇 년이 지난 뒤에야 어색하게나마 웃으며 마주할 수 있게 된... 그 즈음 다시 뜸해진 친구...

늘 그렇듯, 요즘 사는 게 어떠냐는 물음에, 글쎄, 그걸 어떻게 말하냐는 대답으로 시작했다.
그는 요즘 부활의 노래를 듣는다고 했다. 나는 윤도현의 "꿈꾸는 소녀 Two"를 전송했다. 윤도현의 새 앨범 얘기를 했다. 새 앨범이 그의 마지막 외침처럼 들린다는 얘기도 했다. 그도 이제 늙어가나 보다고... 안치환의 1집과 2집이 리스터링 발매됐다는 얘기도 했다. 그의 노래를 처음부터 듣노라면 세월의 무게를 느낀다는 얘기도 했다. 장필순의 새 앨범 얘기도 했다.
그는 코딩을 하다보면 겁날 때가 있다는 얘기를 했다. 나는 요즘 코딩을 하지 않는다는 얘기를 했다. 코딩 때문에 힘들어하는 다른 친구 얘기를 했다. 대화가 끊어졌다.
그리고, 내 인생이 내 인생이 아니라는 얘기를 했다. 또, 세월의 무상함에 대해서도 얘기를 했다. 그러면서, 낼모레면 불혹이라 그런가... 어지간한 일엔 눈도 돌리지 않는다는 얘기도 했다.

사실은 그렇지 못하다고... 아주 작은 일에도 눈물이 난다고... 얘기하지 않았다.

열심히 살라고 얘기했다. 너에겐 여우같은 마누라와 토끼같은 새끼가 있지 않느냐고... 나도 열심히 살겠노라고... 지금 이대로...

문득, 제비꽃이 듣고 싶었다.

내가 처음 널 만났을 때
너는 작은 소녀였고
머리에 제비꽃
너는 웃으며 내게 말했지
아주 멀리 새처럼 날으고 싶어

내가 다시 너를 만났을 때
너는 많이 야위었고
이마엔 땀방울
너는 웃으며 내게 말했지
아주 작은 일에도 눈물이 나와

내가 마지막 너를 보았을 때
너는 아주 평화롭고 창 너머 먼 눈길
너는 웃으며 내게 말했지
아주 한밤중에도 깨어 있고 싶어

한국 가요 중에 제비꽃 만큼 많은 가수에 불려진 노래가 또 있을까?
조동진, 장필순, 유열, 강산애, 이은미, ... 수많은 OST들...
나는, 장필순의 제비꽃이 듣고 싶었다.


제비꽃, 그 쓸쓸함에게서 위로받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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