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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승의 시집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라"에 담긴 시 "술 한잔"에 "이등병의 편지"로 유명한 "김현성"이 곡을 부쳐서 시노래모임 "나팔꽃"을 통해 발표했었다(왠 주절주절?)
인생은 나에게
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
겨울밤 막다른 골목 끝 포장마차에서
빈 호주머니를 털털 털어
나는 몇번이나 인생에게 술을 사주었으나
인생은 나를 위해 단 한번도
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
눈이 내리는 날에도
돌연꽃 소리없이 피었다
지는 날에도
정호승은 살아있는 시인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이다. 이러쿵 저러쿵하기 좋아하는 이들은 그의 맑고 고운 시들과 달리 구질구질한 인생사 때문에 그의 시를 좋아할 수가 없다고 한다. 나는 그의 구질구질한 인생사 때문에 그의 시가 더 좋다. 그가 별세계에 사는 신선이 아니라 우리와 같은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것이 기쁘다. 그래서 애써 밝은 척 하는 그의 시가 더 애처롭고, 터져나오는 그의 눈물이 더 애처롭고, 그래서 위안받는다.
잊고 있었던 이 시를 "안치환"의 새 앨범 "정호승을 노래하다"에서 다시 들었다.
고인이되신 "김남주" 시인을 위한 헌정 앨범 "Remember"에 이어 두번째 헌정 앨범이지만,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안치환"의 목소리로 듣는 "이별노래"(이동원), "인생은 나에게 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김현성) 등도 좋고, 오랜만에 다시 듣는 "우리가 어느 별에서"도 좋다. 재즈스럽게(?) 편곡하여 다시 부른 "수선화에게", "강변역에서" 등은...
글쎄...
난 그냥 담백한 "이지상"의 "수선화에게"가 좋다.
안치환도 이제 나이를 먹나보다. 그와 같은 길을 걸었던 이들이 그랬던 것처럼...
나도 나이를 먹으면 마음 속 깊이 편안해질 수 있을까...
그러고 싶다.
덧. mp3 떠서 올리려다 참기로 했다. 듣고 싶은 사람은 재주껏 찾아서 듯던, 시디로 사서 듣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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