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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music

5.18

iolo 2010. 5. 21. 17:29
모처럼 여유로운 공휴일... 정태춘 선생의 (적어도 내겐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싶은)앨범 "건너간다"를 듣다가 머리카락이 쭈뼛해지고 소름이 쫙 돋는 노래.

아, 이 노래가 이 앨범에 있었구나. 왜 이 노래는 "아 대한민국" 앨범에 있을 거라 생각하고 있었을까.

내 블로그에 썼던 것 같아 (내 블로그를 내가)검색해 봤지만 없고, 유투브를 뒤졌지만 게시자가 자진 삭제했다는 흔적 뿐... mp3라도 떠서 올려야 겠다고 티스토리에 로그인했더니...

작년 이맘때 써 놓고 비공개로 잠겨있던 포스트가 있었다. "선전포고"라니... 그때도 이 노래가 "아 대한민국"에 있을꺼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선전포고"라기 보다는 "항복선언"을 앞둔 "마지막 아우성"처럼 들린다. 

아래는 2009/5/26 00:47에 썼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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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옥의 오월의 노래를 찾다가 우연히 5.18을 찾게됐다.

"임을 위한 행진곡"으로 시작해서 "오월의 노래"로 끝을 맺는 이 노래 5.18은
음유시인이길 거부하고 스스로 노래하는 투사가 되길 원했던 정태춘의 선전포고와도 같은 노래였다.

5.18

어디에도 붉은 꽃을 심지 마라 
거리에도 산비탈에도 너희집 마당가에도 
살아남은 자들의 가슴엔 아직도 
칸나보다 봉숭아보다 더욱 붉은 저 꽃들 

어디에도 붉은 꽃을 심지 마라 
그 꽃들 베어진날에 아아 빛나던 별들 
송정리 기지촌너머 스러지던 햇살에 
떠오르는 헬리콥터 날개 노을도 찢고 
붉게

무엇을 보았니 아들아 
나는 깃발없는 진압군을 보았소 
무엇을 들었니 딸들아 
나는 탱크들의 행진 소릴 들었소

아 우리들의 오월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그날 장군들의 금빛 훈장은 하나도 회수되지 않았네 
어디에도 붉은 꽃을 심지 마라 
소년들의 무덤앞에 그 훈장을 묻기전 까지

무엇을 보았니 아들아 
나는 옥상위에 저격수들을 보았소 
무엇을 들었니 딸들아 
나는 난사하는 기관총 소릴 들었소

어디에도 붉은 꽃을 심지 마라 
여기 망월동 언덕배기에 노여움으로 말하네 
잊지마라 잊지마 꽃잎같은 주검과 훈장 
너희들의 무덤앞에 그 훈장을 묻기전까지

무엇을 보았니 아들아 
나는 태극기아래 시신들을 보았소 
무엇을 들었니 딸들아 
나는 절규하는 통곡 소릴 들었소

잊지마라 잊지마 꽃잎같은 주검과 훈장 
소년들의 무덤앞에 그 훈장을 묻기전 까지



발표된지 20년이 다 되어가는 이 노래는 (그의 마지막 노래와 달리) 우리가 "천박한 한 시대"를 아직 건너지 못했음을 새삼스레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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