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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계획은 김제 부안을 지나 줄포 근처에서 점심을 먹고 영광 함평을 거쳐 목표까지~ 그러나 계획은 어디까지나 계획일 뿐.... 누가 말했나... 계획은 실패하기 위해 존재하는 거라고...

시작부터 늦잠~ 아침은 어제 밤에 파리바게뜨에서 사온 또띠아(맞나?)로 대충 해결하고, 군산에서 출발한게 대충 9시... 

아침부터 맛바람이 장난 아니다. 오르막 내리막도 없는 뻥뚤린 평야지대... 밟아도 밟아도 속도도 안나고... 달려도 달려도 끝도 없고...

군산 시내를 빠져나가 자동차 전용도로인 21번 국도를 타고 가다가... 과적 검문소에서 걸려서... 농로로 내려왔는데... 한적한 시골 길을 달리는 맛이 상쾌하다. 아무튼 그렇게 들길을 달리다가 다시 29번 국도를 타고 김제를 지나 23번 국도로 갈아타고 부안으로 향했다.


점점 강해지는 맛바람... 평지에서도 시속 20킬로가 안나온다. 내리막에서도 페달을 밟지 않으면 안 내려간다. 국도가 주변보다 높아서 그런가 싶어 국도를 빠져나와 농로로 달렸는데 별 차이가 없다. 맛바람에 너무 시달려서 일까... 파란 보리밭이 바람따라 넘실거리는 조용한 들길을 달리는 것이 전혀 즐겁지 않다. 그렇게 한참을 달리다보니 앞바퀴에 바람이 없다. 실펑크인 듯 해서 대충 바람만 넣고 좀 더 버티기로 했다.


오후 1시 무렵 부안에 도착. 늦게 출발한 데다 맞바람에 시달리다 보니 여정이 많이 늦어졌다. 40킬로를 조금 넘게 달렸을 뿐인데 하루 종일 달린 것처럼 무릎이 뻑뻑하다. 계획을 변경해서 부안에서 점심도 먹고, 빵꾸도 떼우고, 좀 쉬었다 가기로 하고 부안 읍내로 들어갔다. 부안 터미널 근처에서 돼지머리국밥을 먹었는데... oTL 내가 비위가 좋은 편은 아니지만... 그 동안의 연륜(?) 덕분에 가리는 음식없이 아무거나 잘 먹는데...게다가 허기도 진데... 이건 정말 장난이 아니다-.-;;;; 먹는둥 마는둥 밥과 국물만 골라서 떠먹고 나왔다. -.-;

체력도 바닥... 정신력도 바닥... 속은 메쓱거리고... 일정도 자꾸 늦어지고...
오랜 고민 끝에 악마의 유혹(?)에 넘어갔다. 부안에서 고창은 대략 30킬로 정도... 그러니까 오늘 오전에 지연된 구간을 한번의 점프로 만회할 수 있다. 솔직히 마음같아서는 목포까지 점프하고 싶었지만... 다행스럽게도(한편으론 안타깝게도) 부안에서는 목포가는 버스가 없다. :P 고창가는 버스표를 끊고, 터미널 옆의 공터에 퍼질러 앉아서 빵구를 떼우는데, 10분도 안 걸린다. 이젠 빵꾸 떼우는 건 일도 아니군(으쓱 -.-V)

고창에서 착지(着地)한 다음, 다시 힘을 내서 영광을 향해 출발!
고창 청보리밭(학원관광농원)으로 가는 이정표가 곳곳에 보이지만 20킬로라는 글자를 보고 애써 외면하고 갈 길을 재촉했다. 그렇게 얼마나 달렸을까... 시나브로 하늘이 어둑어둑해지더니, 급기가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국도변에 있는 버스 정류장에서 잠깐 비를 피하다가 비줄기도 가늘고, 그칠 기미도 안보여서, 그냥 비를 맞으며 달리기로 했다. 오르막 내리막도 꽤 있지만, 이 정도면 오전의 지루한 평야지대보다 오히려 덜 지친다. 그렇게 20여킬로미터를 달려...


오예! 드디어 전라남도!!
이로써 자전거로 9도(경남/북/전남/북/충남/북/강원/경기 그리고 제주)를 모두 밟았다.-.-V

그러나 기쁨도 잠시... 부슬 부슬 내리던 비는 어느새 폭우로 바뀌어 달리는 자전거 위에서 맞으면 따까울 지경이다. 비가 잦아들기를 바라면서 버스 정류장에 잠시 쉬는 사이... 한 무리의 자전거 부대가 빗속을 뚫고 달려간다. 로드바이크가 선두에 서고 로드 타이어를 낀 미니벨로 서넛이 따라간다~ 일회용 비옷을 두르고, 갓길도 없는 국도를 겁도 없이(!) 달려간다.

우리도 일단 영광 읍내까지 가서 뒷일 도모하기로 하고 빗속을 뚫고 달렸다. 먼저 달려갔던 미니벨로 부대를 다시 만나서 몇마디 인사만 나누고 다시 달리기 시작~ 어느새 영광 읍내~ 
시간은 어느덧 6시가 다 되가고~ 해가 지려면 시간이 좀 남았는데 비가 와서 벌써 깜깜하다. 함평까지는 어떻게 갈 수 있을 것 같은데... 목포까지는 아무래도 힘들겠다.

일정을 하루 더 늘려 자전거로 끝까지 갈것인가 여기서 목포로 점프하여 일정을 맞출것인가를 두고 둘이서 한참을 옥신각신했다. 내 머리속에서도 차범근과 최양락이 싸운다.
"그냥 점프해~ 아무도 모를꺼야~"
"안돼! 그렇게 힘들 때 마다 점프를 하면 이번 여행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구~"
"이렇게 비가 많이 오는 데 무슨 자전거야~"
"이런 여행에선 비도 좀 맞고 그래야 제 맛이야~"

이런 고민의 결론은 항상 CF와는 달리 최양락의 압승이다. -..- 일정을 맞춰야 한다는 핑계를 위안 삼아 목포로 점프~
버스가 함평을 지날 무렵... 루미나리에를 연상시키는 휘황찬란한 네온사인 나비들이 눈길을 끈다.  예전에 나비축제를 보러 한 번 왔었는데... 그 때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요즘은 진짜 나비는 없단다. 그래도 그 정도는 아니었는데...
그렇게 자전거로 4시간을 달려야 할 거리를 1시간도 안걸려 도착. 돈은 좋은 것이여... 포기하면 편해져...(토닥토닥 ㅠ.ㅠ)

목포 터미널에서 버스 짐칸에 실은 자전거를 끄집어 내서 앞바퀴를 끼우고 있는데, 뭔가가 뒤통수를 퍽(!) 때린다. 앞으로 꼬구라진채 멍때리고 있으려니 여기 저기서 사람들이 소리친다. 내가 탄 버스와 나란이 정차해 있던 버스가 후진하면서 그 사이에 있던 나를 앞바퀴로 친 것이다. 순간, 너무 놀라 다리에 힘이 풀려버렸다.
어찌어찌해서 자전거를 플랫폼 위에 올려놓고 멍때리고 있노라니 어떤 분이 그 버스 차번호 봐뒀냐고 물으신다. 그 상황에서 그런걸 기억할 수 있을리가... 그 분이 버스 차번호를 알려주시며, 혹시 모르니 메모해두라고 하신다.

터미널 바로 옆의 기사 식당(누가 그랬나, 기사 식당은 안전빵이라고...)에서 백반을 먹었는데, 이 기사식당은 무늬만 기사식당이다. 맛도 없고, 양도 적고, 값도 비싸다. 뭐 그러려니 하고 근처에 있는 여관을 잡아서 들어갔다. 주말이라 방 값이 4만원이라는데, 그나마 어제, 그제 보다는 깨끗한 방이다. 한쪽 벽이 통째로 거울이라는 것만 봐도 목포가 확실히 큰 통네인듯...(그게 그거랑 뭔 상관인데?)

오늘의 여정은 좀 복잡하다. 군산-21번국도-29번국도-김제-23번국도-부안~고창-영광~합평~무안~1번국도~목포. ~는 점프한 구간이다. 부안에서 고창까지 30여 킬로, 영광에서 목포까지 60여 킬로를 빼면 겨우 70킬로 남짓 달렸을 뿐인데... 몸은 만신창이다. 돼지머리국밥, 맞바람, 비바람, 그리고 고속버스까지... ㅠ.ㅠ

이런 저런 생각할 여유도 없이 눕자 마자 잠이 들었다.

the wind will carry 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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