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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개발자의 최후

iolo 2009. 12. 7. 19:02
지난 주 토요일에 한국 developerWorks의 dW Live!의 마지막 순서 "개발자들의 수다"에서 있었던 일.

앞 순서에서 아주 멋진 발표를 한 젊고 똘똘한 개발자에게 질문이 집중됐다. "개발팀의 젊은 멤버들에게 조언해줄만한 학습 로드맵이 없는가"라는 질문으로 시작된 토론(?)은 "성공한 개발자가 되기 위한 경력 관리"를 거쳐 어느새 "개발자의 창업" 이야기로 흘러갔다.

오늘의 이야기는 여기서 시작된다.

이런 식의 얘기를 하다보면 늘 자연스럽게 창업 얘기로 흘러가곤 하는데, 창업을 하면 성공한 개발자 일까? 세르게이 브린래리 페이지?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 처럼? 글쎄... 이 사람들은 성공한 개발자가 아니라 성공한 "개발자 출신" 사업가가 아닐까? "사업가"가 아닌 성공한 개발자들도 많다. 레이 오지, 리챠드 스톨만제임스 고슬링라이너스 토발츠스테픈 워즈니악... 앤디 허츠펠트는 어떤가? 누군지 모르겠다고? 그래도 나에게는 위대한~ 그리고 성공한 프로그래머다. 성공한 개발자들은 많지만 그들의 현재 모습은 (위키피디아에 남들이 만들어 준 개인 페이지가 있다는 것만 빼면) 너무나 다르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성공한 개발자라는 것은 (대부분의 경우) 최종 목표가 아니다. 그들의 최종 목표는 성공한 개발자 출신의 "무엇"이다. 성공한 "개발자 출신" 사업가?, 성공한 "개발자 출신" 관리자?, 성공한 "개발자 출신 "유명인? ...

많은 개발자들은 창업을 꿈꾸고, 경영과 회계를 공부하고, 사업 아이템이라는 말만 나오면 눈을 빤짝이며 열변을 토하고, 드물게는 실천에 옮긴다. 그러나, 그들 모두가 성공한 개발자 출신 "사업가"가 되고 싶은 것은 아니다.

많은 개발자들은 "가방끈"과 "자격증"을 위해 시간과 돈을 허비하고, 예측 가능하면서도 애자일한 프로젝트 관리 방법론(!)에 집착하고, 소꿉놀이 만도 못한 정치판을 기웃거린다(밀려나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자기 방어일 뿐~이라고 말하겠지만). 그러나, 그들 모두가 성공한 개발자 출신 "관리자"가 되고 싶은 것은 아니다.

많은 개발자들은 블로그의 방문자 수와 트위터의 팔로어 수에 연연하고, 실속없는 세미나와 번역에 에너지를 허비하고, 유명한 개발자(사실, 그 분들 개발에서 손 뗀지 좀 오래됐다) 아무개에게 오마주를 날린다. 그러나, 그들 모두가 성공한 개발자 출신 "유명인"이 되고 싶은 것은 아니다.

아주~ 소수의 개발자들은 더 명쾌한 코드를 위해 봤던 코드를 다시 보고 다시 고치고, 한번 쓰고 버릴 빌드 스크립트를 만들기 위해 한나절을 소비하고, 스프링 프레임웍의 소스 안으로 Trace Into 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Wireshark으로 패킷을 까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들도 성공한 "개발자"가 되고 싶다.

 더~ 많은 개발자들은 위의 것 어디에도 관심이 없다. 그러나, 그들도(!) "성공한" 개발자가 되고 싶다.

개인적으로 만나 본 젊고 똘똘한 개발자들이 하는 얘기는 거의 비슷하다.
"내가 만들고 싶은 거 만들면서 밥먹고 살 수 있으면, 큰 돈은 안벌어도(못버는게 아니고 안버는거다!) 괜찮다"

글쎄... 다들 말은 그렇게 하지만(나도 젊을 때는 그렇게 떠들고 다녔고)... 개뿔~ 별 것도 아닌 거 하나 만들었다가 큰 회사에 팔리면서 떼돈 벌었다는 아무개 사장님이 부럽고, 개뿔~ 개발의 개자도 모르고 폭탄주만 잘 마시는 CTO 아무개가 부럽고, 개뿔~ 알맹이도 없이 "하이테크 야부리"만 쳐대는 유명 블로거 아무개와 컬럼니스트 아무개가 부럽고, 말하는 것보다 코딩이 빠르다는 아무개가 부럽고, 주식으로 대박쳐서 회사를 그만 둔 옆 팀의 아무개가 부럽고, 또...

너무 멀리 왔다. 다시 개발자들의 수다로 돌아가자.

학습 로드맵과 경력 관리를 고민하기 전에, 내가 되고자 하는 그 "무엇"을 생각해보자. 그 "무엇"에 따라 학습 로드맵과 경력 관리는 달라질 수 밖에 없다. 이것 저것 다 부러워해봐야 하나도 가질 수 없다. 하나만 부러워해야 한다. 지금 그 "무엇"을 결정할 수 없다면, 아직은 때가 아니니, 수풀을 헤치고 물길을 건너~ 전진할 수 밖에... 그러면서도 그 "무엇"에 대한 고민을 잊지말자. (누구처럼...) 너무 늦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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