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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키군의 트윗에서 본 옴니 한글 카드 사진 덕분에 옛날 기억들이 새록새록...
이젠 추억이라 말할 수 있을 만큼의 시간이 지났고... 그냥 생각나는 대로 적어보려고 한다.
초딩.. 정확히는 국딩 시절, 처음 접한 FC-30은 그냥 신기하고 알 수 없는 그 무엇 그 이상도 그 이하였다.(응?) 컴퓨터라는 것을 인식하고 접한 기계는 8비트 애플... 정확히는 로얄 컴퓨터라는 회사에서 만든 애플II+호환 기종이 처음이라고 보는 게 맞겠다. 한수찬님이 쓴 애플 입문 II+(제목이 특이해서 지금도 기억한다)와 애플 어셈블리 두 권의 책이 유일한 (한글로 된)스승이 었고, 컴퓨터에 한글이 안나오는 것이 전혀 이상하다는 생각도 못했다.
그 무렵에는 (전산을 전공했던)형이 남겨둔 디스켓들을 뒤적거리다가 이것 저것 실행시켜보곤 했는데, 그러다가 우연히 "사주풀이" 프로그램을 보고 컴퓨터에 한글이 나온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됐다. 그 한글 프로그램이 소위 "CALL-3327" 한글이라고 불리는 프로그램이었다는 사실을 안 것은 한 참 뒤의 일이다. 또 하나의 한글 프로그램을 발견했는데 그것이 유홍준님의 "애플 한글"이라는 것을 안 것도 역시 한 참 뒤의 일이다.
공식 기록(?)에 따르면 CALL-3327 한글은 류백현님이 1981년에 개발한 것이라고 하는데...
CALL-3327의 -3327은 메모리 상에서 한글 화면으로 전환하는 프로그램이 있는 주소다. 아무튼 이 프로그램을 실행 시키면...
(출처: 애플포럼)
대충 이런 식으로 한글을 쓸 수 있는데...
한글 모양이야... 뭐... 그렇다 치고... -_-;;;
한 화면에 20x12~40x24자의 한글이... 즉, 종성이 있으면 영어 두 줄, 가로 모음(ㅏ,ㅑ,ㅓ,ㅕ...)이 있으면 영어 두 칸... OTL
CALL-3327 한글은 N-byte 코드라는 것을 사용했는데, 별다른 한글 코드가 없다고 보면 된다. 한글 화면에서는 한글로 보이지만 영문 화면에선 그냥 영어 알파벳들로 보인다. 다만 한글 시작 부분에 CTRL+K 끝날 때 CTRL+A가 들어있어서 한글 화면에서는 그 표시들(SHIFT-IN/SHIFT-OUT; SI/SO)을 인식해서 그 이상이 알파벳들을 한글로 보여주었다.
LIST
10 PRINT "<CTRL-K>GKSRMFDMSDKFMAEKQEK<CTRL+A>"
CALL-3327
LIST
10 PRINT "한글은 아름답다"
뭐 이런 식이다. -_-; 물론 한글이 위의 그림처럼 보인다.
당시, CALL-3327 한글을 사용해서 주소록 관리 프로그램을 만들다가, 생각지도 못했던 난관에 봉착했는데... 그것이 바로 "소트"였다. 나름 똑똑했던 나는(?!) 베이직 입문서에서 배운 "버블 소트"를 훤~히 꿰뚫고 있었으므로(흠...흠...)자신있게 덤볐는데... but... OTL
CALL-3327 한글에서는 별도의 한글 코드라는 개념없이 같은 키보드 위치에 존재하는 영어 알파벳의 코드를 쓰다보니, 별 생각없이 소팅하면 ㅁ(A)가 ㄱ(R)보다 앞에 나오게 되는 거였다. 나름 똑똑했던 나는(?!) 한글 코드라는 개념도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일종의 변환 표(!!)를 만들어 소팅하는데 성공했다고... 생각했지만... but... OTL
CALL-3327 한글에서는 한글 한 글자가 1바이트(초성만)부터 5바이트(초성자음+중성모음+중성복모음+종성자음+종성복자음)까지 다양한 길이를 갖다보니, 그냥 비교하면 엉뚱한 결과가 나오게 된다.예컨데 "하마"와 "한글"을 비교하면 "하마"이 앞에 와야 하지만, "ㅎㅏㅁㅏ"와 "ㅎㅏㄴㄱㅡㄹ"을 비교하게 되어 "한글"이 앞에 오는 것이다. 말하자면 한글을 풀어서 쓴 상태로 소팅이 되는 것인데, 한글 코드라는 개념이 없던 나로써는 풀기 힘든 문제였다. 완전 OTL
85년인가 86년인가에 "멋한글"이라는 이름을 가진 CALL-3327의 개선판이 나왔는데, 버그도 많이 잡혔고, 글자 모양도 조금 더 예뻐졌고(?)... 아무튼 이름만큼이나 멋졌다고 기억된다. 만든 분의 성함은 아쉽게도 기억이... -_-;
마소(애초에는 Microsoft가 아닌 정보시대의 월간지 Microsoftware의 애칭이었다)에서 한글 코드에 대한 특집 기사 등을 통해 2바이트 조합형과 완성형, 3바이트 조합형... 같은 한글 코드의 원리를 깨우쳤지만, 그 무렵엔 이미 한글 소팅 따위는 관심 밖이었다. 그 무렵의 관심사는 어떻게 하면 한글이 예쁘게 나올까?, 그리고 한 화면에 많은 글자가 나올까?, 그리고 터보 파스칼에서(CP/M에서) 한글을 쓸 수 있을까?... 였다. 중앙한글(근거 없는 기억에 따르면, 당시 중앙대 천문학과 학생이었던 이충수님가 한글III를 개선해서 만든 한글 워드 프로세서?)에 빼낸 6x2x1벌 한글 폰트를 사용할 수 있는 라이브러리를 만들어서 이것 저것 가지고 놀았던 기억이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한글 문제에 있어서 압도적인 차이(한 화면에 40x24글자를, 예쁘게, ...)가 우리나라에서 8비트의 수명을 단축시키고, 16비트 시대의 시작을 앞당기는 큰 원인이었던 것 같다.
언젠가 또 삘 받으면 또 지 맘대로 떠들겠지. 오늘은 요기까지~ 휘릭=3=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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