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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10년 만의 인터뷰...

iolo 2006. 7. 25. 18:15
정말 오랜만의 인터뷰... 졸업하고 첫 취업할 때 인터뷰한 이래 처음인 듯...

그래도 그간 해온 일들이 있어서.. 이 쯤 되면 이력서를 채우는 것 보다는 양조절이 힘들다.(자주 전직한게 마이너스가 될까봐 회사 이름을 빼는건 별로 도움이 안된다. 그건 그냥 이름 석자에 주민번호만 있으면 주루룩 나온다. 전에 회사에서 얼마받았다고 뻥치는 것도 도움이 안된다. 갑근세 납세 증명서는 괜히 있는게 아니다.)

아무튼 인터뷰를 주로 하는 입장에 있다보니... 무슨 질문이 나올지도 대충알고 있거니와 예상 문제집 외의 질문이 나온다고 해도 당황할 짠밥은 아닌데, 정말 당황스런 물음에... 버벅 거렸다.

지금까지 해온 일들에 대해서 말해보라는 거다. 뭐 어쩌라고.... 한해 두해도 아니고... 이력서 뒤에 프로젝트 이력서 따로 첨부했자나! 구연동화냐-.-; 어디서 부터 시작할지가 갑갑했지만, 일단 시작하고 나니... 뭔가 일관성있게 쭈욱~ 흘러가는 것 같다.

그렇게 (잠깐이지만) 어색한 시간이 지나고 곧이어 상황 역전... 이제 누가 누구를 인터뷰하는 건지 아리송해진다. 사실 이렇게 얘기를 주고받는건 별 의미가 없다. 그건 이력서니 자기소개서니해서 다 주고 받지 않았는가...

이러쿵 저러쿵 해봐야, 결국 하고 싶은 건 돈 얘기다. 얼마 받고 싶냐? 얼마 줄 수 있냐?

회사는 "내 회사처럼 생각하고 적극적으로(aggressive) 일하"길 주문하면서, "제 나름대로" 정해놓은 연봉 테이블에 의거한 보수를 제시한다. 그러고는 구직자(?)가 "물론, 다른 10년차와 똑같이 받아도 좋다. 일도 다른 10년차 만큼은 할 수 있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라고 하면 발끈한다. 자기네 회사는 "그런 마음가짐으로 일하는 사람은 필요없다"고...

뭔가 오묘하지 않은가? -.-;;;;

회사가 사람을 뽑는 것에는 두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사람에 맞춰서 뽑는 것이고, 하나는 돈에 맞춰 뽑는 것이다. 전자는 중소(혹은 벤처)기업의 방식이고 후자는 대기업의 방식이다. 전자의 방식이 인간적인 신뢰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탓에 잘못 뽑았다고 하더라도 쉽게 짜를 수 없지만, 대신 잘 뽑았다면 완전 대박이다.(위험부담이 있는 만큼 얻는 것도 크다. 도박인가?) 상대적으로 후자의 방식은 안전하다. 인간적인 신뢰에 앞서, 측정 가능한 수치로 사람을 평가해서 뽑은 것이므로, 회사가 보수만큼의 이익을 뽑아내지 못하면 주저없이 짜를 수 있지만, 그 이상의 이익을 만들어 낸다면 더 줘야 한다(더 안주면 딴데 갈것이므로).

간혹 "중견"기업 회사들은 이 둘 사이에서 스스로의 위치를 파악하는데 실패한다. 두 방식의 장점만 취하겠다는 것인데, 그건 애초에 가능한 조합이 아니므로 무효... 그래서 쌍방 맘만 상한다.

10년 전의 인터뷰가 기억난다. 면접관이 "어떤 일을 하고 싶으냐"라고 물었다. "영업과 교육이 아니면 뭐라도 좋습니다"라고 대답했다.(그 회사가 교육사업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고, 어차피 관리는 아닐테니.. 영업이 아니면 개발일거라는 착각) 그 결과 "지원"팀으로 발령났고, 나는 반년을 채우지 못하고 그만뒀다.(회사 댕길려면 무조건 1년은 있어라. 안그러면 실질 경력에 계산 안해준다!) 원하는 보수? 그런건 말도 못꺼내던 시절이다. 나만 그런게 아니라 그땐 다들 그랬다.

그 때의 일로 내가 얻는 교훈은 간단하다: 곤란해도 할 말은 해야 한다. 말하기 곤란하다고 해서(요즘은 별로 곤란하게 생각하지 않더라만...) 대충 얼버무리는 것은 둘 모두에게 득이 없다.

생각보다 길어졌다. 더 옆 길로 새기 전에...

나는 내 가치가 비슷한 짠밥을 먹은 사람들(대개 과장 말년차 또는 차장 1년차들이다)과 같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이 나의 자만심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그건 어쩔 수 없는 문제다. 협상 결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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