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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book

지난 겨울의 인생 공부

iolo 2008. 3. 16. 21:16
최승자 시인의 "올 여름의 인생 공부" 중에서...

모두가 바캉스를 떠난 파리에서
나는 묘비처럼 외로웠다
고양이 한 마리가 발이 푹푹 빠지는 나의
습한 낮잠 주위를 어슬렁거리다 사라졌다.
시간이 똑똑 수돗물 새는 소리로
내 잠 속에 떨어져내렸다.
그리고서 흘러가지 않았다.

엘튼 죤은 자신의 예술성이 한물갔음을 입증했고
돈 맥글린은 아예 뽕짝으로 나섰다.
송x식은 더욱 원숙했지만
자칫하면 서xx처럼 될지도 몰랐고
그건 이제 썩을 일밖에 남지 않은 무르익은 참외라는 뜻일지도 몰랐다.

그러므로, 썩지 않으려면
다르게 기도하는 법을 배워야 했다
다르게 사랑하는 법
감추는 법 건너뛰는 법 부정하는 법.

그러면서 모든 사물의 배후를
손가락으로 후벼 팔 것
절대로 달관하지 말 것
절대로 도통하지 말 것
언제나 아이처럼 울 것
아이처럼 배고파 울 것
그리고 가능한 한 아이처럼 웃을 것
한 아이와 재미있게 노는 다른 한 아이처럼 웃을 것.


시인이 걱정했던 대로 송x식은 서xx처럼 되었고, 아무도 그들의 노래를 듣지 않는다.
그들에게 손가락질하며, 달관하기를... 도통하기를... 그렇지만 아이처럼 순수하게 웃을 수 있기를 바랬지만,
또 겨울이 가고, 봄이 오고...
나는 달관하지도... 도통하지도... 아이처럼 순수하게 웃을 수도 없는...
무르익지도 참외도 되지 못한 채...

그저 그런 어른이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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