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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쓰는 영화 얘기다.

지난 해는 극장엘 한 번도 가지 않았지만, 인터넷 강국의 힘으로 많은 영화들을 봤다.

최근에 연말 망중한을 틈타 미뤄뒀던 2005년 후반기 한국 영화들을 몰아서 봤는데, 그 얘기를 하려는 거다.

친절한 금자씨, 외출, 웰컴 투 동막골, 너는 내 운명은 기대작이었든 대작이었든 어떻게든 주목받았던 영화들이다. 사랑니, 소년 천국에 가다는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그런 영화가 있다는 것도 몰랐을 그런 영화다. 그렇게 사흘에 걸쳐 10여편의 영화들을 보고 나서 느낀 것은 "갑갑"함이다. 한국 영화의 르네상스가 이렇게 저물어 가는 것일까? 눈에 띄는 영화도, 눈에 띄는 감독도, 눈에 띄는 배우도, 아무 것도 없다. ?황정민이나 ?정재영에 대해서 얘기하는 건 뒷북도 한 참 뒷북이다. 그들는 훨씬 전 부터 좋은 배우였다. 항상 조연에 머물렀던 그들이 주연으로 등장했다는 점을 빼면 그들에 대해서 세삼스러울 것이 없다. 반면 ?신하균이나 ?박해일, ?최민식의 존재감없는 연기는 안타깝다. 중이 고기맛을 보면 절간에 모기가 남아나지 않는다고 했던가? 그들이 뭘 맛 본 것일까?

?박찬욱은 소위 복수 연작의 마무리인 친절한 금자씨를 통해서 초절정의 개그를 보여주었다. 그의 영화(이전의 영화들 포함해서)가 나빴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그의 영화는 결코 일반 대중들의 환호를 받을 수 있는 그런 영화가 아니었다는 점을 말하는 것이다. 그가 대중적인 영화 감독이 된 것은 자신의 영화가 아니라 배우들과 언론의 띄우기를 통해서였다는 사실을 망각한 듯 하다. 마치 자신이 원래 위대한 감독이었다는 것 처럼 어처구니 없는 똥폼을 잡는 것이다. 과연 그가 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이젠 너무 멀리 와버린 걸지도 모른다. 내가 좋아했던 한국의 ?라스폰트리에는 그렇게 사라져간다. ?이영애의 연기도 기대 이하.

?허진호의 신작 외출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기대가 컸다. 그리고 그 만큼 실망도 크다. 이제 ?8월의 크리스마스나 봄날은 간다의 그는 잊어버려야 할 것같다. 두 배우에 대해서는 할 말이 별로 없다. 이블데드 이후로 이렇게 적은 배우가 나온 영화는 처음 보는 것 같다. 하다 못해 동네 포르노도 두 명으로 찍진 않을 것이다.

?박광현의 감짝 히트작 웰컴투동막골의 소위 말하는 네티즌의 입소문에 힘입어 과대 포장된 느낌이다. 평론가들 조차도 네티즌들의 입맛에 맞는 평론을 내놓기 바쁜 시대니까... ?장진은 감독 보다는 언저리에 있을때가 좋다. 그것은 한국 영화에겐 안타까운 얘기다. 촉망받던 배우 ?신하균은 없다. ?박중훈, ?설경구의 다음 타자가 될 모양이다. ?강혜정의 연기에 대해서는 좋은 얘기를 너무 많이 들어서 인지 별 감흥이 없다. 동의하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연기 중에서 제일 쉬운 연기가 캐릭터의 변화가 없는 바보 연기다.

?박진표의 너는 내 운명은 특별히 언급할 만한 영화가 아니다. 다만 ?황정민과 ?전도현이라는 두 배우의 힘으로 언급되고 있을 뿐이다. 기대가 없으면 실망도 없는 법인데, 대박이 났으니 감독에겐 최고의 결과였다.

?정지우의 사랑니는 약간은 의외의 영화다. 그의 영화 ?해피엔드를 생각해보면 더욱 그렇다. 흥행의 먹구름이라는 ?김정은을 주연으로 캐스팅한 용기(?)는 어느 정도 보상받은 듯 하다. ?김정은의 기대 이상으로 분전했고, 결과적으로 그의 필모그래피에 마이너스가 되지 않을 소품이 하나 만들어졌다.

?윤태용(솔직히 잘 모른다)의 소년 천국에 가다는 어쩌다가 연말 상영회 목록에 들어갔는데, 허허실실. ?염정아는 블랙리스트는 걱정안해도 될 정도지만 조금의 불안감이 있었는데, 오히려 걱정도 안했던 ?박해일이 영화의 흐름을 계속 끊어먹는 행패를 부린다. 그는 너무 어른스럽고, 너무 노인스러웠다. 그 상황은 절때! 노인스러워야할 상황이 아니다! ?박해일도 고기 맛을 본 것일까?

공짜 영화는 공짜가 아니다.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보게 되면 아무래도 고르게 된다. 예를 들면 아무리 ?허진호의 영화라도 ?손예진이 나오는 영화를 돈주고 볼 리가 없다. 제목과 영화 포스터로 시나리오를 쓸 수 있을 것 같은 영화를 돈주고 볼리가 없다. ?김정은이나 ?염정아가 주연한 영화를 돈주고 극장에 앉아서 볼 마음이 생길까... 나는 영화표 10장값을 아꼈지만... 20시간을 날린 것 이다. 대신 내가 보는 영화의 스펙트럼이 더 넓어진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겠다. 덤으로 이젠 이런 영화들도 끝까지 볼 수 있는 인내를 배웠다. 적어도 이 영화들에겐 분석적인 영화보기가 필요없었다. 이건 분명히 연애할 때 도움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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